베트남에서는 어떻게 새뱃돈을 줄까?
이미 설날이 한참 지났지만...
다른 사이트에 썼던 글을 들고 옵니다.
바야흐로 구정을 앞 둔 마지막 근무일 입니다.
오늘까지 근무하면 장장 12일의 구정 연휴가 시작됩니다.
물론 저는 3일 동안 당직을 서야 하는 ㅠ.ㅠ
어제 오늘 베트남의 세뱃돈 문화 때문에 공장이 술렁술렁입니다.
각 공장의 관리자급들은 어제 벌써 회사 차원에서 세뱃돈을 지급했습니다.
관리자에 따라서 어제 직원들에게 세뱃돈을 준 분도 오늘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지급을 했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세뱃돈을 Li xi(리 씨)라고 부릅니다.
복돈 뭐 그런 뜻 입니다.
저는 매년 직원들에게 동일한 금액을 넣어서 줬었습니다.
그러다 올해는 뭔가 다르게 줘야 겠다 싶어서 한가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벤트를 말하기 전에 먼저 베트남의 세뱃돈 문화에 대해서 먼저 좀 알아 보죠.
과거 베트남에서는 아이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 문화는 지금도 남아 있는데 지금은 그와 더불어 세뱃돈을 주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몇십년 정도 된 문화라고 합니다.
베트남에서 세뱃돈을 복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진짜 복돈 처럼 돈을 줬기 때문입니다.
분재나 꽃으로 집을 꾸미기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은 구정이 되면 집 안에 있는 나무나 분재에
빨간색 봉투에 무작위로 돈을 담아 걸어 두고는 방문객들에게 하나씩 골라서 가져가게 했습니다.
그 안에 있는 금액에 따라 그 해의 그 사람의 운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죠.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식 입니다.
요 사진은 별로 안이쁜 사진인데 예술적인 분재에 정말 아름답게 봉투를 달아 놓은 것들도 많습니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리씨(세뱃돈)을 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상점이나 그저 장식용으로 해놓는 집들이 많고 대부분은 직접 봉투에 담아서 리씨를 줍니다.
우리는 보통 어른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이 새뱃돈인데 베트남은 우리랑 조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어른이 아이들에게 주고,
직장 상사가 직장 부하들에게 주고,
서로 간에 업무상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주고 받습니다.
그리고 봉투는 기본적으로 복을 상징하는 빨간색 봉투를 사용합니다.
봉투의 문양은 흔하게는 그 해에 해당하는 동물의 그림을 넣는 경우가 많으나,
복을 상징하는 말이나 물고기 혹은 전통복장을 입은 할아버지(ong than tai - 옹 떤 따이, 행운의 신 혹은 가택신)를 넣거나,
돈을 상징하는 금괴나 옆전 등으로 장식된 봉투를 쓰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시대 상황에 맞게 KPOP 스타들로 장식된 봉투(아마...무단도용일듯...)를 아이들 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암튼..전 이번에 진짜 복돈의 의미로 직원들에게 리씨를 주기로 했습니다.
구정 연휴 이후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구정 이후에 출근하는 것이 고마울 정도 였습니다.
올해는 실적이 안좋아서 성과급이니 떡값이니 아무 것도 없어서 아주 그냥 허리가 휘는 줄 알았습니다 ㅠ.ㅠ
우선 1번~10번 까지 제비뽑기를 하게 해서는 그 번호의 순서대로 봉투를 골라서 갖게 했습니다.
봉투에는 무작위로 돈을 넣어 두었습니다.
봉투를 뽑기 전에 우선 10개의 봉투에 몇 개의 봉투에 얼마 씩 들어 있는 지 미리 알려 주고,
뽑는 즉시 개봉해서 직원들에게 약간의 스릴감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가장 큰 금액인 50만동(2.5만원) 짜리 봉투는 제가 일부러 가장 싸구려 처럼 보이고 볼품 없는 봉투에 넣었습니다.
나머지는 금박으로 치장된 비싼 봉투에 넣었구요.
요런 식 입니다.
엇...사진이 안올라 가네요....
제 예상대로 직원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이벤트를 끝내고 직원들에게 덕담을 했습니다.
" 사람은 항상 겉모습에 속기 쉬워.
사람은 단순해서 겉모습이 화려하면 속도 화려할 거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지금도 너희들은 저 초라한 봉투를 보면서 저건 아이들 용이라 돈이 5만동 들어 있을 거라고 했지?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돈인 50만동이 들어 있었잖아.
항상 그 사람의 본질을 보도록 노력하자.
그러면 이 봉투 처럼 행운이 찾아 올 꺼야. "
직원들에게 리씨를 주고 이제는 저와 친한 타부서 직원들의 자녀를 위한 봉투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저에게 새해 선물이라고 맛있는 커피를 선물해 준 인사팀 현지인 관리자의 딸들에게 주라고 리씨를 전달하고,
다른 자녀가 있는 직원들에게도 자녀들에게 주라고 리씨를 나눠줬습니다.
인원이 꽤 되고 쌍둥이가 있는 직원도 있다 보니 아이들을 위한 리씨는 5만동씩만 넣었는데도 금액이 꽤 되더라구요 ㅠ.ㅠ
제 부서 직원들과 메인 사무실 직원들의 자녀들을 위한 리씨를 모두 나눠주고,
기숙사에서 일하시는 청소부 아주머니랑 찬모랑 찬모 보조에게 가서 리씨를 나눠줬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제가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타부서 직원들과 운전 기사들 이네요.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도 모두 줄 수 없으니 그 친구들은 따로 몰래 불러서 줘야지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아는 직원들에게 전부 주고 싶지만...그러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으니....
암튼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구정 전 마지막 근무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